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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소 물혹 수술 후기 : 자궁내막증(증상~수술전)Dear Diary 2020. 6. 5. 17:47반응형
1. 난소 물혹 수술 후기 : 자궁내막증(증상~수술 전)
수술 전후로 후기를 엄청 찾아봤어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나도 후기를 남겨본다.
어느날 갑자기 배가 심하게 아팠다. 가끔씩 복통이 있을 때가 있었지만, 평소와는 차원이 다르게 배가 너무 아팠고, 머리가 띵했다. 응급실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동네 대학 병원에 갔다. 일요일이었고, 집에서 제일 가까운 A병원 응급실로 갔다. 한참 코로나가 확산중이라 예방 차원에서인지, 병원 입구는 막혀있었다. 인터폰을 누르고, 코로나 증상에 대해 답한 이후에 들어갈 수 있었다. 바로 입장할 수는 없었고, 복도에서 입장을 막아놨는데, 복도에는 간호사 한명이 데스크에서 근무 중이었다. 아까 물었던 코로나 관련 질문들을 또 했다. 최근에 외국에 간 적 없고, 종교활동 안했고, 기침 안하고 등등 똑같은 답변을 했다. 그러고나서 열을 쟀는데, 37.8도였다. 나는 배만 아팠지 내가 열이 나는지도 몰랐다. 사실 맹장염이 의심이 돼서 급한 마음에 응급실에 간건데, 열이 난다고 무조건 못 들어온다고 했다. 나는 코로나와 관련이 없다며, 맹장염 같다고 사정을 말했으나, 입장을 거부 당했다. 방침이 그렇다며, 선별 진료소에서 코로나가 아니라는 확인증을 받아오라고 했다. 여기도 선별 진료소가 있으나 5시간 넘게 대기를 해야한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동네 보건소 선별 진료소로 갔다. 나오는 길에 보니 천막으로 만들어진 A병원 선별 진료소는 텅텅 비어있었다. 보건소에 사정을 말하니 코로나와 관련이 없어서 검사를 해줄 수 없다고 했다. 병원에도 선별 진료소가 있지않느냐고 물어서, 아까의 일을 설명하니 직원들이 서로 눈치를 보더라. 느낌상 A병원에서 보건소로 일을 떠넘긴거 같다. 그래도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했다.
집에 와서 좀 쉬다가, 열이 내리고 아무래도 맹장염 같아서 맹장이 터지면 더 큰 일이니 A병원에 다시 갔다. 이번에는 인터폰에서 까였다. 지침 상 어쩔 수 없는건 이해하지만, 아픈 사람으로서 너무 화가 났다. 아픈 것도 서러운데 이런 취급을 받으니, 이러다 진짜 큰 일 나면 어쩌나 너무 무서웠다. 코로나는 아닌데, 증상 때문에 치료를 못 받아 죽은 사람들 뉴스가 떠오르고, 너무 불안했다. 병원이 이래도 되는건가 너무 화가 나고 불안했었다. 하필 이런 시국에 아퍼서 고생이라니.
결국 다른 동네 대학 병원 응급실로 갔다. B병원 응급실 입구에서 좀 기다리며, 서류 작성하고, 증상 말하고 좀 대기하니 병원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응급실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평소에 병원 가는 것을 굉장히 싫어했는데, 이유 중 하나가 막 아프다가도 병원에 가면 증상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서였다. 그리고 내가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설명을 잘 못하겠다. 의사 선생님께 어디가 안좋은지 설명해야하는데, 아까 배가 막 아팠던거 말고는 잘 설명을 못하겠더라. 소변 검사, 심전도 검사, 피 검사, 엑스레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CT촬영을 했다.(응급실~산부인과에서 대략 30만원 정도 나왔다) 난생 처음으로 여러 검사들을 해보고, 링거도 맞았다. 검사 결과 자궁에 혹이 있다고, 산부인과로 연결 해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이틀 뒤에 B병원 산부인과에 갔다. 이 이틀 동안은 계속 장기 상태가 안좋았다. 가슴 밑이 꽉 막힌거처럼 숨 쉬기가 불편하고, 아팠다. 배에 압박감이 느껴지고, 복부 팽창, 소화 불량 등의 증상이 있었다. 배가 아프니까 입맛도 없고, 배도 안고팠다. 아파서 뭘 먹기도 힘들었다.
B병원 산부인과에서는 추가로 초음파 검사를 했다. 여자 선생님이셨는데, 말투와 분위기가 좀 차갑고 시크하셨다. 안그래도 무서운데 그래서 더 얼어있었다. 진단은 난소 양쪽에 7cm, 10cm 물혹이 있고, 자궁에도 작은 혹이 있는데 그건 신경 안써도 된다고 했다. 물혹이 언제 왜 생긴지는 알 수 없고, 생긴지는 매우 오래 됐을거라고 했다. 이것 때문에 난소 기능이 약해져서 난임 가능성도 말하셨다. 그리고 바로 수술해야 한다하셨는데, 일단은 좀 알아본다고 하고 나왔다. 진단을 받고서는 너무 충격을 받아서, 멍~했다. 그래서 질문도 제대로 못하고 그냥 나왔다. 충격 받은 것도 있지만 의학적 지식이 전혀 없으니 뭘 물어야 할지도 모르겠더라.(질문도 뭘 알아야 잘 할 수가 있다...) 엄마가 주변에 알아보고 잘하는 병원에서 수술하자고 하셔서, 검사 자료만 받고 일단은 나왔다.
그리고 지인에게 추천받은 동네에 있는 C산부인과에 가서 상담을 받았다. 의사 선생님 말로는 아마 혹이 생긴지 5년이상 됐을 거라고 하셨다. 그동안 엄청 아팠을거라고. 이건 수술해야한다고 하셨다. 일단 좀 진정하고 간거고, 질문도 정리했어서 차분하게 상담을 했다. 여자 의사 선생님이셨는데, 친절하고, 하이톤의 똑소리 나보이는 분이셔서 설명 듣는 내내 마음이 편해졌다. 좀 다른 얘기지만 정신과 상담 받으면 이런 느낌인가 싶었다.(한참 우울해져서 상담만도 받고 싶었다) 아직 젊으니까 난임 걱정은 안해도 될꺼라 하셨다.
산부인과 다녔던 지인들에게 여기저기 물어본 후에 D대학 병원에서 수술을 하기로 했다. 인터넷으로 예약을 했는데, 대학 병원이라 그런지 바로 예약이 안돼더라. 암튼 D병원에 가서 검사 자료 보여주고, 상담을 하고, 추가 검사를 하고 일주일 뒤에 다시 오기로 했다. 그리고 생리가 끝난 후, 2주 뒤에 수술 하기로 했다. 의사 선생님이 생리통 좀 심할 거라고 해서 엄청 겁먹었다. 암튼 그 2주동안 수술 후기들을 보며 정말 두려움에 벌벌 떨면서 지냈다. 더 빨리 수술해주면 안돼나, 그 전에 물혹이 터지면 어쩌나, 2주동안 더 악화되면 어쩌나 등등. 아파서 먹지도 못하고, 잠도 잘 못잤다. 배가 아퍼 못 먹으니 몸무게도 4kg이나 빠졌다. 살면서 이렇게 입맛이 없던 적은 처음이었다. 심지어 안먹어도 배가 안고팠다. 먹질 않아도 배가 아예 고프지않은건 처음이다. 장기 상태가 안좋으니 몸에서도 받아들이지를 않는 것 같다. 암튼 입원 전까지 수술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 물혹이 10cm가 되도록 모르고 참고 산 나 자신에 대한 어이없음과 분노, 우울감으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내 몸은 왜이런가, 난 술담배도 안하는데, 식습관도 좋은 편인데,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러나 등등 온갖 잡생각으로 괴로웠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몸에서 계속 아프다고 신호를 보냈던 것 같다. 근데 그걸 모르고 바보같이 아파도 참고 살았다. 원래 성격이 아파도 아프다 말안하고, 병원 안가고 참는 편이라 병을 더 키웠던 것 같다. 원래도 생리통이 심하긴 했는데, 언젠가부터 더 심해졌을 때가 있었다. 아마도 그때가 아닐까싶다. 그때 병원을 갔었더라면 이렇게까지 고생을 안했을텐데... 올초에는 위산이 역류해서 목상태가 안좋았던 적도 있었다. 그 이후에 계속 장기 상태가 안좋았었는데, 장기가 꼬인건가 암튼 장기에 문제가 생긴게 아닐까 싶어 ct 같은걸 찍어보고 싶긴 했었다. 또 작년에는 너무 어지럽고, 없던 두통이 생겨서 피검사를 한적도 있었다. 정상으로 나와서 그냥 지나갔었지만. 그리고 최근에 또 생리통이 더 심해져 생리통 약을 더 많이 먹었었는데, 몸이 버틸 수 있는 최대까지 버티다 이 사단이 났나 싶다. 암튼 나의 이 멍청함에 너무 화가 났었다.
이번 일을 통해 배운 건, 조금이라도 아프면 병원에 가자, 건강검진을 꼭 받자, 그리고 여자들은 꼭 산부인과 검진도 주기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분 아픈걸 참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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